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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이야기

<오후여담>‘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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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2009-02-23 30면  총03면  오피니언·인물    1153자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내 마음 따라 피어나던 하얀 그 때 꿈은/ 풀잎에 연 이슬처럼 빛나던 눈동자/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 동요·가곡·대중가요 등 다양한 장르의 형식으로 불리는 노래 ‘얼굴’ 1절 가사다. 대중가수 윤연선이 1974년에 포크송으로 편곡된 노래를 발표한 뒤로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심수봉이 1989년에 다시 트로트화해 불러 더 많이 알려졌으나, 동요와 가곡을 겸해서 작사·작곡된 것은 1967년 3월2일이라고 한다.

당시 서울 동도중 생물 교사 심봉석과 음악 교사 신귀복은 제목부터 ‘얼굴’로 미리 정한 노래를 함께 만들기로 뜻을 모은 당일 작사·작곡을 마쳤다고 한다. 한 라디오 방송 음악 프로그램의 ‘악보 보고 부르기’ 코너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던 신 교사가 출연자들에게 자주 부르게 함으로써 해외 교포들로부터도 악보 요청이 쇄도했으나 ‘얼굴’이 정식 음반으로 처음 나온 것은 1970년. 소프라노 홍수미가 불러 ‘신귀복 가곡집’ 제1집에 담았다.

설악산에서 30년 넘게 꽃과 산을 그려온 한국 화단의 원로 김종학 화백이 한때 좌절해 목숨을 끊으려고 폭포 위에 섰을 때도 불렀을 만큼 수십년 간 애창해오고 있다고 털어놓은 사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얼굴’을 부르거나 들으면서 누군가에 대한 짙은 그리움을 표현하고 달랜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 ‘얼굴’은 20일 장례를 사실상 가톨릭 교황장으로 치른 김수환 추기경의 얼굴을 새삼 떠올리게도 한다. 이 세상에서 더는 볼 수 없을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기 위해 서울 명동성당의 빈소를 직접 찾은 40만에 가까운 조문객 중 상당수가 방명록 등에 ‘시간이 갈수록 더욱 그리워질 것’이라고 한 사실, 대한민국 국민은 물론 세계 시민 모두가 종교의 차이를 뛰어넘어 그 일생을 추모한 사실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개인·사회·국가, 나아가 세계 차원에서도 오랜 세월이 흐른 뒤까지 그리울 얼굴이기 때문이다.

김 추기경의 얼굴 사진과 그림 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은 2007년에 그린 자화상이 아닐까 싶다. 한 자폐 장애 어린이가 1998년에 서툰 솜씨로 그려준 초상화를 생전에 가장 아꼈다는, 더없이 맑고 따뜻한 인품 그대로 ‘바보야’라는 글까지 덧붙인 김 추기경 자화상이 ‘얼굴’과 겹쳐 많은 사람에게 오래오래 떠오를 듯하다.

김종호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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